(출처:국내 연구진 유튜브 채널)
가상현실(VR)에 접속하기 위해선 최소 VR헤드셋이 필요하다. 그래야 가상현실 안에서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가상현실에 진심인 사람들인 이외에도 다양한 기기를 활용한다. 소위 전신 트래커라고 불리는 장비를 사용한다. 전신 트래커는 손, 발 등 다양한 신체에 부착하는 장비다. 이를 착용하면 실제 사용자 움직임이 가상현실에 반영된다.
VR헤드셋과 전신 트래커를 모두 갖추면 가상현실에서 사용자 동작을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다. VR헤드셋만 착용하면 단순히 고개 돌리기 정도만 가능하지만, 전신 트래커를 사용하면 앉았다 일어서기, 손·발·몸통 움직이기 등 복잡한 동작도 된다. 쉽게 말해 가상현실에 있는 내 아바타가 실제 사용자 몸동작을 그대로 따라 한다는 것.
하지만 모든 장비를 구비하더라도 문제가 있다. 걷기와 뛰기 같은 이동 동작이다. 전신 트래커까지 착용하더라도 실제 걷기와 뛰기 동작을 가상현실에 반영하기란 쉽지 않다. 가상현실은 보통 실내에서 접속하며, 바로 앞에 놓인 PC나 콘솔을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이동 거리가 제한된다. 보통 가상현실에서도 이동은 조이스틱과 같은 기기로 제어한다.
(출처:VIVE)
이렇게 되면 현재 사용자가 보고 있는 시야와 신체 움직임이 일치하지 않게 되면서, VR 멀미가 발생할 수 있다. 사람은 눈을 통해 얻은 시각 정보와 귀 안의 평형 기관을 통해 신체 균형을 잡는다. 만약 이 정보가 불일치하면 멀미가 발생한다. 차나 배와 같은 이동수단에 탑승했을 때 자주 멀미하는 이유다. 시야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신체는 그대로이기 때문.
그래서 일부 사용자들은 가상현실에서 걷고 뛰기 위해 ‘VR용 트레드밀’을 구매하기도 한다. 트레드밀은 국내서 러닝머신이라고 부르는 기기다. 하지만 VR 트레드밀은 굉장히 비싸다.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줘야 한다. 국내에서 구하기도 쉽지 않다. 물리적인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건 물론, 착용 방식도 특이하다. 상체에 지지대에 고정해서 발을 바닥에 끌 듯 써야 한다.
(출처:Kat Walk)
최근 미국 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 연구진과 국내 광주과학기술원(GIST)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줄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발동작을 인식하는 ‘지능형 매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지능형 매트에 심리스 워크(Seamless Walk) 시스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명칭이 어렵지만 오래전 오락실에서 유행한 DDR 기기와 유사하다.
매트에는 발 압력을 감지하는 고해상도 센서가 탑재돼 있다. 이를 통해 매트 위에서 걷기와 뛰기 동작을 알아채는 것이다. 단순히 센서만 탑재했다면 ‘지능형’ 매트라고 부를 수 없다. 연구진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지금 사용자가 몸이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어느 정도 간격으로 걷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이를 통해 걷기·뛰기 속도까지 추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 VR 장비 특성상 사용자는 제자리 걷기·뛰기만 가능하다.
기술 개발에 참여한 국내 한 연구진은 기술 시연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을 보면, 사용자가 매트 위에서 걷자, 가상현실에 있는 아바타도 함께 걷는다. 뛸 때도 마찬가지다. 사용자가 매트에서 뛰자, 아바타도 빠르게 달려 나간다. 평소 인지하기 어렵지만, 사람이 걷거나 뛰면 시야가 흔들린다. 시연 영상 역시 걸음과 뜀걸음에 맞춰 시야가 위아래로 요동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출처:MIT CSAIL / GIST)
기술이 상용화될진 미지수나, 일단 평가는 좋은 편이다. 외신 기즈모도(Gizmodo)는 “발 감지 매트는 더 많은 움직임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며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고, VR 사용 시간이 끝나면 말아서 다른 곳에 보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VR 트레드밀 같은 기기는 공간 활용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 기술을 VR 외에도 건강 모니터링 분야에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러닝머신에 탑재해 사용자 걸음걸이를 확인하거나, 웨이트트레이닝 중 균형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추후에는 낙상 감지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더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 기술을 활용한 VR 매트나 건강 모니터링 제품이 등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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