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USPTO)
시간이 참 빠르다. 얼마 전까지 온몸을 꽁꽁 싸매고 다닐 정도로 추웠는데, 어느덧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날이 풀리고 햇볕이 따스하니, 왠지 외출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데, 평소 관심 밖이었던 캠핑에도 눈길이 가게 된다. 이렇게 좋은 계절엔 한 번쯤 밖에서 자연을 느끼며 하루를 보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
하지만 종종 차박이 아쉬울 때가 있다. 차량 내부 공간이 한정돼 있어, 많은 물품을 싣기 어렵다는 것. 부피가 큰 테이블이나 의자, 주방 도구를 다 챙기면 그만큼 공간이 줄어든다. 물론 차박만의 문제는 아니다. 캠핑할 때도 마찬가지다. 차량을 개조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최근 전기 트럭 전문 스타트업, 리비안(Rivian)에서 이런 고민을 덜어줄 새로운 특허를 출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리비안은 한때 제2의 테슬라로 불리던 업체인데, 픽업 전기 트럭이 주력이다. 픽업 트럭은 국내에서는 비주류지만 북미와 같은 해외에서는 잘 팔리는 차종이다. 뒤에 넉넉한 화물칸이 있어서 많은 물품을 실을 수 있다.
(출처:USPTO)
리비안 특허는 안 그래도 짐칸이 넓은 픽업트럭 공간 효율을 한층 더 끌어올린 게 특징이다. 화물칸에 테이블, 의자, 충전기 등 다양한 도구를 수납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화물칸을 넓힌 게 아니다. 화물칸 측면에 이와 같은 도구를 내장했다. 특허 이미지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픽업 트럭은 화물칸 측면에 어느 정도 여유 공간이 있다. 리비안 특허는 이곳에 다양한 도구를 탑재했다. 기본적으로 테이블 1개와 의자 2개가 이곳에 부착돼 있다. 화물칸 측면을 들어 올린 다음, 그곳에 부착된 테이블과 의자를 펼쳐서 사용하면 된다.
이미지를 자세히 보면, 테이블 옆에 자그마한 공간이 눈에 띄는데, 충전 단자 두 개가 위치한다. 테이블과 의자를 펼쳐놓고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박이나 캠핑족에게 안성맞춤인 기능으로 보인다. 장기간 외출할 때 배터리 부족이 걱정돼서 보조 배터리를 챙기곤 한다. 리비안 특허대로 전기차에 탑재된 단자를 이용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
(출처:USPTO)
특허 내용대로 차량이 나온다면 캠핑이나 차박에 필요한 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꼭 두 활동이 아니더라도 유용하게 사용될 듯하다. 별다른 준비 없이 차량만 끌고 나가서, 마음에 드는 곳에 정차한 후 테이블과 의자만 펼치면 간이 휴식 공간이 만들어지니 말이다.
사실 화물칸에 별도 저장 공간을 둔 픽업 트럭은 여럿 있다. 측면을 여유 공간에 짐을 실을 수 있게 한다던가, 짐칸에 별도 저장 공간을 두는 방식이다. 하지만 리비안 특허처럼 순정 상태인 차량에 테이블, 의자, 충전 단자 등 다양한 내장 도구를 수납한 사례는 흔하지 않다. 그렇기에 실제 차량에 적용된다면 적지 않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 리비안은 이 특허를 실제 제품에 적용할까. 확신하긴 어렵지만,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긴 힘들다. 앞서 리비안은 이와 비슷한 개념을 지닌 전용 옵션을 선보인 바 있다. 바로 캠프키친이라는 옵션이다. 캠프키친은 리비안 기어터널 안에 탑재 가능한 ‘주방 도구’ 옵션이다. 평소에는 차량에 보관돼 있다가, 펼치면 인덕션부터 싱크대까지 갖춘 주방으로 활용 가능하다.
(출처:Rivian)
여기에 RJ 스카린지(RJ Scaringe) 리비안 CEO는 최근 한 해외 팟캐스트에 출연해, 여지를 남겼다. 캠프키친 옵션이 예상보다 인기가 많았고, 기어터널을 활용하지 않는 새로운 무언가를 준비 중이라는 것. 그가 언급한 새로운 옵션이 이번 특허와 관련있는지 불확실하지만, 최소한 비슷한 개념을 지닌 새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는 말이다.
단 이번에 공개된 리비안 특허 기술은 아직 출원 단계다. 정식으로 등록된 특허가 아니라는 것. 미국 특허청(USPTO)에서 해당 특허를 인정해야 리비안의 자산이 된다. 특허를 확보하더라도 이를 적용한 차량을 출시하지 않을 수 있다. 업체들은 당장 쓸 계획이 없더라도, 기술 선점 차원에서 일단 특허부터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건 특허 등록과 리비안의 결정이다. 리비안의 특허가 미국 특허청 문턱을 넘어, 실제 차량 옵션으로 등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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