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Apple)
지난 2020년 애플은 Arm 아키텍처 기반 M1 칩을 처음 선보였다. M1 칩은 태블릿, 노트북, PC 제품군에 사용된 칩으로, 뛰어난 성능으로 좋은 평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애플은 M1 후속작 M2 칩을 발표했다. M2 칩은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탑재해, M1 대비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 각각 18%, 35%가량 빨라졌다.
M1 칩과 마찬가지로 M2 칩은 아이패드, 맥북, 맥 제품군에 탑재되고 있다. 올해 초에는 M2 시리즈 상위 라인업 M2 프로와 M2 맥스까지 등장했다. 보급형 기기부터 고급형 기기까지 최신형이라면 모두 M2 칩 시리즈를 탑재한다는 것. 그런데 최근 애플이 M2 칩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무슨 일인 걸까.
4월 4일(현지 시간) 외신 나인투파이브맥(9to5mac)은 국내 매체 디일렉(The Elec)을 인용하며, 애플이 지난 1~2월 두 달간 M2 칩을 생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애플이 최신 제품에 탑재되는 SoC 생산을 중단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지금은 다시 M2 칩 생산을 재개했지만, 이전 세대 생산량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출처:Apple)
매체에 따르면 M2 칩을 생산하는 대만 TSMC가 외주반도체패키지테스트(OSAT) 업체로 물량을 보내지 않았다. OSAT이란 쉽게 말해 반도체 후공정이다. 반도체 제조는 크게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뉜다. 전공정에서는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에 회로를 새긴다. 후공정에선 칩 단위로 쪼개고, 제품 성능을 확인한다. 즉 두 달간 후공정을 거친 M2 칩이 없었다는 말이다.
애플이 현역인 M2 칩 생산을 두 달 동안 중단한 이유는 뭘까.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맥(애플 노트북·PC) 실적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4분기 맥 사업 매출은 77억4000만달러(10조1711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108억5000만달러) 대비 29% 감소한 수치다. 1년 만에 컴퓨터 매출이 3분의 2로 줄어든 것.
당시 팀 쿡(Tim Cook)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PC 시장이 위축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은 상황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M2 칩과 같은 애플 실리콘은 앞으로도 전략전 이점으로 작용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분간 M2 칩을 탑재한 애플 컴퓨터 제품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출처:Canalys)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애플이 서유럽에서 판매한 PC는 140만대로, 전년 대비 22.8% 감소했다. 단 이는 애플만 겪는 고충이 아니다. 다른 PC 업체 사정은 더 심하다. 레노버, 휴렛 팩커드(HP), 델, 에이수스를 비롯한 유명 PC 제조사 평균 출하량은 38.5% 줄었다. 애플은 선방한 편이다.
점유율 순으로, 레노버는 같은 기간 290만대 출하량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34.9% 역성장했다. HP 출하량은 250만대로 42.8% 줄었다. 델과 에이수스 출하량은 각각 42.4%, 24.9% 감소했다. 이외 기타 브랜드 출하량은 49.2% 떨어졌다. 기타 브랜드는 주요 PC 제조사를 제외한 업체를 지칭한다. 전체 13.4% 점유율을 기록하기에 무시할 수 없다.
전 세계 기준으로 봐도 PC 시장은 현재 불황이다. 카날리스가 이전에 발표한 전 세계 PC 시장 보고서를 보면, 2022년 전체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16% 줄어든 2억8510만대에 그쳤다. 이전 연도와 비교하면 PC 시장이 처한 상황이 극명히 드러난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년과 2021년 전 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11·15% 증가했다.
(출처:Canalys)
그럼 지난해부터 PC 시장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카날리스는 첫 번째 원인으로 수요 감소를 지목했다. 팬데믹 기간 비대면 수요와 재택근무 활성화로 새 PC 수요가 크게 늘었다. 다시 말해 이미 살 사람들은 다 새로운 PC로 교체했다는 것이다. 보통 PC는 한 번 구매하면 수년간 교체하지 않는 제품이다. 특별히 높은 사양이 필요하거나, 고장 나지 않는 한 매년 새 PC를 구매하지 않는다.
다음은 현재 경기 여건상 PC를 구매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오르고 미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이 이전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특히 PC처럼 고가 제품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날리스는 이런 이유로 올해까지 PC 시장이 위축됐다가, 내년부터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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