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오픈AI)
최근 기술 업계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은 인공지능(AI)입니다. 지난해 11월, 오픈AI가 출시한 AI 챗봇 챗GPT(Chat GPT) 때문인데요. 간단한 질문부터 꽤 구체적인 답변이 필요한 질문까지. 챗GPT가 답변하지 못하는 건 거의 없었습니다. 심지어 그 어렵다는 미국 SAT, 변호사, 의사 시험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어요. 뛰어난 성능에 대중들의 입소문을 탄 챗GPT는 순식간에 1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모았습니다.
엄청난 인기에 챗GPT가 앞으로 사람들의 생활을 바꿀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실제로 챗GPT를 활용해 과제를 하거나 자기소개서를 써서 첨삭 받는 이들도 많아졌어요. 무엇보다 챗GPT가 검색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란 얘기가 많습니다. 기존의 검색 엔진은 검색어 관련 링크만 제공하는데, 챗GPT는 정보를 취합해 정리된 문장으로 답변해주거든요. 사용자 입장에선 지금처럼 일일이 링크를 방문하지 않아도 되니, 훨씬 더 편리하겠죠.
챗GPT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업계에 AI 대전을 일으키다
(출처: 구글)
이에 구글의 핵심 비즈니스인 검색이 위협받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구글은 현재 전 세계 검색 엔진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요.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검색 엔진 ‘빙(Bing)’은 3%에 불과합니다. MS는 지금이 역전의 기회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회사는 빠르게 챗GPT를 빙 검색 엔진에 탑재하겠다고 밝혔어요. 이후 가만히 있을 수 없던 구글은 지난 2월, MS보다 더 빠르게 자체 챗봇 ‘바드(Bard)’를 공개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AI 대전은 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갔어요. 모두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개발에 몰두하는 모습입니다. 한동안 메타버스에 빠져 있던 메타마저 앞으로 회사가 가장 많이 투자할 곳은 AI라고 말할 정도예요. 국내도 마찬가지인데요. 네이버도 조만간 AI 챗봇을 적용한 검색 서비스 ‘서치GPT’를 공개할 계획입니다.
(출처: 오픈AI)
이런 와중에 지난 3월 14일(현지 시간), 오픈AI는 챗GPT의 기반이 된 GPT-3.5보다 더 발전된 언어 모델인 GPT-4를 최근 공개했습니다. 인지 능력과 다국어 능력이 향상됐고, 이미지 인식 기능도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어요. GPT-4가 탑재된 ‘챗GPT 플러스’는 유료 회원들만 사용 가능합니다. 이처럼 챗GPT가 촉발한 AI 대전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어요.
‘무분별한 개발 멈춰!’…기술 업계 리더들이 나섰다
(출처: Giphy)
지난 29일, CNBC에 따르면 기술 업계 리더들은 공개서한을 내고 무분별한 AI 개발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 애플 공동 창업자 등 수천 명의 기술 전문가와 학자들이 미래 생명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의 공개서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미래 생명연구소는 평소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AI 개발을 위한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서한에서는 현재 AI 시스템이 인간과 경쟁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AI가 수많은 인간 직업을 대체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또 AI가 제공하는 거짓되고 편향된 정보가 온라인을 가득 채우게 냅두면 안 된다고 말했죠. 결국 지금처럼 과열된 AI 경쟁을 그냥 두면, 인간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겁니다.
연구소는 GPT-4보다 더 강력한 AI를 개발하는 것을 최소 6개월 동안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개발을 중단하는 동안 안전한 AI 도구를 위한 표준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또한 빠른 시일 내에 개발 중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 차원의 개입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성능 개선에만 초점 맞춘 기업들…윤리적인 측면도 돌아봐야
생성형 AI ‘미드저니’로 만들어진 트럼프 체포 사진. 해당 사진 트위터에 퍼지며 한동안 트럼프가 체포됐다는 가짜 뉴스가 돌았다. (출처: Eliot Higgins 트위터)
물론 해당 서한이 챗GPT 개발사 오픈AI를 견제하기 위한 서명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서한에는 구글과 메타 등의 오픈 AI와 경쟁하는 기업의 서명은 있지만, 오픈AI의 서명은 없다고 해요. 이에 오픈AI가 개발을 중단한 사이 빠르게 추격하려는 업체들의 계략이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공개서한이 강조하는 부분이 ‘안전한 AI’라는 겁니다. 기업 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AI 기술의 수준이 빨리 올라왔지만, 동시에 우려할 점도 많아졌어요. 실제로 그 어느 때보다 AI가 특정 직업을 대체할 것이란 위협이 큰 상황입니다. 게다가 생성형 AI로 인한 가짜 뉴스 문제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기업들이 고성능 AI를 개발해야 한다는 일념 아래 윤리적인 측면은 놓치고 있는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겁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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