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프린터와 함께 HP 잉크 카트리지가 놓여있는 사진 (출처: HP)
지난 3월 12일(현지 시간), IT 전문 매체 아르스테크니카(ArsTechnica)는 HP의 최근 프린터 펌웨어 업데이트로 프린터에서 타사 잉크 카트리지의 작동 중단 사례가 또 다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전에도 HP는 펌웨어 업데이트로 타사 잉크 카트리지 사용을 차단해 고객들의 불만을 산 바 있다.
HP의 ‘동적 보안(dynamic security)’ 기능은 HP 정품 잉크 카트리지를 인증하고, HP 비인증 카트리지 사용을 막는다. 이는 타사 칩을 포함해 개조된 칩, 타사 회로를 사용한 잉크 카트리지를 완전히 차단한다. 동적 보안은 오로지 자사 제품만 허용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동적 보안 기능이 처음 도입된 시기는 2016년이다. 당시에도 HP 프린터의 펌웨어 업데이트로 타사 잉크 카트리지 사용이 차단된다는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다. 이후 HP는 타사의 잉크 카트리지 사용을 막고, 자사 제품을 강제 사용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미국과 이탈리아,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 집단 소송 문제를 겪은 바 있다. 당시 소송에서는 HP 프린터의 펌웨어 업데이트가 타사 잉크 카트리지를 차단하는 악성 프로그램 역할을 했다며 질타를 받았다. 미국에서 제기된 해당 소송으로 HP는 수백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하기도 했다.
고객들은 펌웨어 업데이트로 인해 타사 잉크 카트리지 사용이 차단될 것이란 사실을 HP로부터 미리 전달 받지 못했고, 보다 저렴한 타사 카트리지를 적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사라지면서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이어서 2022년, HP는 같은 문제로 유럽에서도 소송이 제기되면서 갈등을 빚었다. HP는 이와 관련해 동적 보안 시스템의 도입이 자사 프린터 인쇄에 무결성을 유지하고 자사 제품의 지적 재산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당시 많은 고객들의 항의로 HP는 동적 보안 조치를 제거한 펌웨어 업데이트를 새롭게 출시했다.
하지만 HP는 프린터 기존 고객들이 가지고 있던 불만과 소송 제기에도 불구하고, 자사 잉크 카트리지 외에는 허용하지 않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내놓으며 많은 이들로부터 분노를 샀다. 이제 HP는 또 다시 프린터에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동적 보안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여러 국가에서 수백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했지만, HP의 펌웨어 업데이트 전략은 계속되고 있다.
레딧 사용자 u/grhhull이 HP 프린터에 타사 잉크를 적용하자 나타난 경고 문구다. (출처: Reddit)
HP 제품이 아닌 타사 잉크를 사용할 시 프린터 화면에는 타사 제품은 사용할 수 없다는 경고가 나타난다. 실제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 사용자 u/grhhull은 HP 프린터를 타사 잉크와 함께 사용하자, 이러한 경고 문구가 나타났다.
이와 함께 첨부된 사진에는 “이 프린터는 HP칩이 있는 새 카트리지 또는 재사용된 카트리지에서만 작동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프린터 화면에 드러났다. 프린터에 지원되는 제품은 오직 HP 잉크 카트리지뿐이다.
이전까지는 HP가 인쇄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화면에 표시되며, 타사 잉크의 우회적인 사용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동적 보호가 적용된 HP 프린터에서는 타사 잉크의 사용이 전면적으로 차단됐다.
‘원본을 신뢰하라’고 말하는 HP의 동적 보안 조치가 타사 잉크 카트리지의 사용을 차단하고 있다. (출처: HP)
많은 논란 속에도 HP는 여러 장치로 동적 보안이 적용되는 기기를 확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전까지 타사 잉크 카트리지와 호환됐던 장치 역시 동적 보안 조치가 적용되고 있다. 일부 프린터는 타사 잉크 카트리지를 탑재한 경우 인쇄 자체가 차단되고 있다.
물론 모든 HP 프린터에 해당 기능이 적용된 것은 아니지만, HP는 해당 기능의 지원 모델을 확대해나가는 중이다. 현재 동적 보호 기능이 지원된 프린터 모델은 ▲오피스젯 프로(OfficeJet Pro) 6970 ▲오피스젯 프로 6968 ▲오피스젯 6950 ▲오피스젯 7740 을 비롯해 여러 모델로 확산됐다.
HP의 이번 업데이트는 HP 프린터 사용자에게 자사 제품을 강제적으로 선택하게 만들어 이익을 늘리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앞으로 HP의 동적 보안 조치는 이전보다 더 많은 프린터 모델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이들이 해당 조치에 불편을 느끼고 있는 만큼, 동적 보안 조치의 완화로 타사 제품의 사용이 우회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배세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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