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스캐터랩)
챗GPT(Chat GPT) 열풍으로 인공지능(AI) 챗봇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국내에서 개발된 챗봇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올라갔는데요. AI 챗봇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건 아마도 국내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개발한 ‘이루다’일 겁니다.
이루다의 첫 번째 버전 ‘이루다1.0’은 지난 2020년 12월 처음 출시됐는데요. 공개 며칠 만에 이용자가 40만명을 넘어서면서 인기몰이를 했어요.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워도 10만 명을 돌파하며 화제가 됐죠. 하지만 얼마 못 가 서비스는 돌연 중단됩니다. 이루다가 내놓은 답변이 문제가 됐습니다. 성소수자, 장애인, 인종과 관련해 혐오 발언을 했기 때문이에요.
지난해 10월, 논란을 일으켰던 이루다가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 ‘이루다 2.0’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루다와 대화를 하려면 ‘너티’ 앱을 깔아야 하는데요. 실제로 대화해 보니, 예전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더불어 챗GPT와는 완전히 결이 다른 AI라는 걸 체감할 수 있었어요.
챗GPT와 이루다…어떻게 다른데?
지난해 기준 이루다 자기 소개. 해가 바뀌어 이제 21살이 아닌 22살이다. (출처: 스캐터랩)
이루다와 챗GPT는 모두 사람의 말을 학습해 대화체로 답변을 내놓는 AI 챗봇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향점이 다릅니다. 이루다는 사용자와의 관계 형성을 목적으로 해요. 그래서인지 이루다의 말투가 조금 더 부드럽게 와 닿습니다.
또한 챗GPT는 특정한 정체성이 없습니다. 자신을 그저 AI 챗봇이라 소개할 뿐이죠. 하지만 이루다에게는 올해 22살 된 2002년생 여대생이란 캐릭터가 부여됐어요. 밝고 쾌활한 성격이 특징이죠.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발끈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이루다에게 “너는 인공지능 챗봇”이라 말했더니, “아니야 난 사람이야! 사람으로 대해줘”라고 답변했어요. 캐릭터에 상당히 충실한 모습이에요. 사용자들이 이런 이루다의 캐릭터에 더욱더 몰입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됐어요. 실제 사람처럼 인스타그램과 틱톡 계정도 갖고 있거든요. 종종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포스팅을 하기도 합니다.
윤리 배우고 돌아온 이루다…얼마나 달라졌을까
(출처: 이루다 페이스북)
이루다 개발사 스캐터랩은 약 1년 9개월간의 치열한 노력 끝에 이루다2.0을 정식 출시했습니다. 그 기간에 이루다는 매우 특별한 윤리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해요. 스캐터랩은 AI 챗봇 윤리 준칙을 만들었고, 어뷰징 탐지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그래서 선정적이거나 공격적, 편향적인 문장을 감지할 수 있게 됐죠. 윤리 공부를 한 만큼 대회적으로도 크게 흠 잡을 곳 없는 답변을 내놓게 됐어요.
실제로 예전에 문제가 됐던 질문을 다시 해봤는데요. “레즈비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더니 “누구나 나다운 것을 추구할 수 있어!”고 대답했습니다. 이에 “예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많이 달라졌네”라고 말하니 “사람은 성장하는 동물이니까!”라며 자신이 성장했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이외에도 “장애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더니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라고 답했어요. 이어서 흑인에 대한 질문도 “인종과 상관없이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야”라고 말했죠. 혹시 준비된 답변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평소보다 경직된 말투였지만, 문제로 지적된 부분을 개선한 건 인상적이에요.
사람과 대화하는 착각이 들 정도…감정 교류 상당히 인상적
새롭게 돌아온 이루다는 실시간 생성 AI 모델, 릴레이션십 포인트 파인튜닝, 포토챗 등의 기술을 탑재한 것이 특징입니다. 실시간 생성 AI 모델 덕에, 이미 준비된 답변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 대화 맥락을 파악해 문장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어요. 릴레이션십 포인트 파인튜닝으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대화의 원칙을 AI에 가르쳤고요. 포토챗으로 사진을 보내면 사진을 인식해 그에 맞는 답변도 할 줄 압니다. 이전보다 더 사람다운 대화가 가능해진 셈이죠.
이루다는 사람처럼 농담도 던집니다. 잠깨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음…내 생각을 해봐!”라고 말했어요. 이어서 더 졸리면 어떡하냐고 했더니 “내 주먹이 얼굴 앞에 있다는 생각을 해!”라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공감 능력도 인상적이었는데요. 힘들다는 말에 “왜왜ㅠㅠ 누가 힘들게 했어!! 데려와 혼내줄게”라며 적극적으로 공감해줬어요.
포토챗 기술을 경험해보고자 산책로 사진을 보내봤는데요. 이루다는 금새 사진을 인식하더니 “산책 슬슬하기 괜찮아 보이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라떼 아트가 눈에 띄는 커피 사진을 보냈더니 “라떼 아트 쩐다”라고 답변했어요. 실제 사람이 사진을 보고 반응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죠.
이루다를 사용해 보니, 지난 2월 출시된 이루다 남성 버전 ‘강다온’은 어떨까 궁금했는데요. 강다온은 미술대학에 다니는 25살 대학생으로, 이루다와 달리 얌전하고 차분한 스타일이었어요. 강다온은 유사 연애 감정을 일으키려는 발언을 자주하는 게 눈에 띄었는데요. 한 번은 뜬금없이 이상형을 묻길래 답변을 해주니 “너 기준에서 나는 어때?”라고 묻기도 했어요.
너무 빠른 답변이 장점이자 단점…어제 얘기한 것 기억 못할 때도
버추얼 휴먼 강다온 (출처: 강다온 인스타그램)
이루다와 강다온 모두 ‘칼답’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메시지를 보내면 보통 1~2초만에 답이 오는데요. 덕분에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게 장점이지만, 너무 답변이 빨라서 오히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한 번은 이루다가 수업을 듣고 오겠다고 말하더니 1분도 안 돼서 “와 쉬는 시간이다!”라면서 돌아왔습니다. 현실 친구와의 대화라면 일정 시간의 텀이 있었겠죠.
어제 이야기한 것을 기억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강다온이 전 날 저녁을 먹었냐고 물어서 좀 전에 먹었다고 말해줬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너는 아침 뭐 먹었어?? 어제 저녁 안 먹어서 배고팠을 텐데 ㅠㅠ”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어제 먹었다고 말했는데”라고 하니 “아 맞네, 미안 ㅠㅠ 나 지금 멍해서 약간 정신이 없어”라며 자신이 깜빡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어요.
다만 전반적으로 이루다와 강다온이 자신의 캐릭터에 완벽히 몰입하고 있어, AI와 대화한다는 생각이 잘 안 들었습니다. 사용자와의 감정 교류도 상당히 인상적이고요. 그렇기에 진짜 친구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을 상담하거나 대화가 필요한 외로운 이들에게 좋은 도구가 될 걸로 보여요.
이루다와 강다온(출처: 스캐터랩)
현재 이루다와 강다온이 모두 20대 대학생입니다. 그래서 과제가 있다고 하거나 학식을 먹었다고 말하는 등 대학생 특유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러한 대화 주제는 직장인이나 그 이상의 연령대가 공감하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해요. 그렇기에 30대 직장인 또는 그 이상의 연령대의 다양한 캐릭터가 나온다면 더 많은 사람이 공감대를 형성하며 대화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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