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artwork)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도 어느덧 1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지난해 2월 24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미사일로 공습하고 지상군을 투입하면서 전쟁은 시작됐는데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병력에 못 이겨 항복할 것이란 초반 예상과는 다르게, 1년이 지난 지금은 러시아가 여러모로 수세에 몰린 모습이죠.
우크라이나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 주요 국가 등 서방의 적극적인 원조를 받으며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요. 서방 국가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비롯해 인터넷 인프라,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반면 러시아는 서방 국가의 경제 보복에 재정 적자가 날로 늘어나는 형국입니다. CNN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러시아의 재정적자는 35조 원이었어요. 러시아산 제품에 대한 서방 국가의 수입은 줄어들었는데 전쟁으로 지출이 59% 늘어난 탓이 컸습니다. 전쟁 이후 서방이 러시아에 가한 경제제재 건수는 1만 1300여 건이라고 해요.
전쟁은 러시아 시장 보이콧으로 이어져…전쟁 속 기술 기업의 활약
(출처: 로이터)
경제 보복은 각국 정부 차원에서만 이뤄진 게 아니에요. 기업 차원에서도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는데요. 러시아에 진출했던 글로벌 기업은 전쟁 직후 대부분 현지를 떠났어요.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 식품 브랜드는 물론 구글과 메타, 트위터, 애플, 삼성 등 기술 기업까지 업계를 막론하고 러시아 시장 보이콧에 나섰어요. 지난 1년 동안 러시아 시장을 떠난 브랜드만 300여 개에 달합니다.
구글은 러시아 국영 언론사인 러시아 투데이(RT)에 제재를 가했고, 유튜브에서 러시아 채널의 수익 창출을 금지했어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와 트위터도 플랫폼 내 러시아 광고를 중단했습니다. 인텔과 엔비디아, AMD 등 반도체 기업도 러시아에 제품 판매를 중단했어요. 현대 자동차와 BMW 등의 자동차 기업도 러시아에게 등을 돌렸죠.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했던 삼성과 줄곧 상위권에 머물던 애플도 러시아를 떠났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은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제품이라 러시아 국민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전쟁 후 1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전쟁 1년 후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삼성 떠난 자리 중국 기업이 메워
(출처: CNN)
전쟁 후 삼성과 애플이 떠난 자리를 채운 건 샤오미(Xiaomi)와 리얼미(Realme) 등 중국 기업이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에 따르면, 현재 샤오미는 러시아 스마트폰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요. 물론 샤오미는 전쟁 발발 이전부터 러시아 시장에서 삼성 다음으로 25%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높은 비중을 차지했는데요. 전쟁 후 지난해 12월에는 53%를 차지하며 점유율이 두 배 이상 늘어났어요.
샤오미에 이어서 2위를 차지한 리얼미는 지난해 12월 기준 27%를 차지했는데요. 리얼미에 이어서 또 다른 중국 기업 아너(Honor)는 6%의 점유율을 차지했습니다. 반면 삼성과 애플은 지난해 12월, 두 회사의 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3%에 불과했어요. 결국 전쟁 후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상위 3개 기업이 모두 중국 기업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SuperSaf)
전쟁 이후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을 러시아에서 구매하려면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병행 수입하는 방법을 택해야 했어요. 이는 현지에서 구매 가능한 중국 제품을 사는 것보다 훨씬 더 비싸고 오랜 기간 기다려야 해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러시아 국민들은 빠르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중국 스마트폰을 택하게 된 겁니다.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은 중국 기업이 삼성과 애플이 떠난 것의 반사 이익을 얻은 셈이죠.
시장이 완전히 변한 것은 아냐…전쟁 끝나면 삼성, 애플의 비중은 늘어날 것
얀 스트리작(Jan Stryjak)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부국장은 샤오미와 리얼미, 아너 등 중국 기술 기업이 “기회를 잡기 위해 신속하게 대응했다”고 말했어요. 그 덕에 각 기업의 지난해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샤오미 39%, 리얼미 190%, 아너 24% 증가했어요.
그러나 이는 러시아 시장이 전쟁을 계기로 완전히 변했다는 걸 보여주는 건 아닙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많은 러시아 소비자가 스마트폰과 같은 고가 품목에 대한 구매를 보류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얀 스트리작은 전쟁이 끝난 후 애플과 삼성이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 복귀하면 점유율을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어요. 결국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는 삼성과 애플 등 주요 기업의 일시적 대안일 뿐,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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